미용실 룸에서
ㅎㅍㄹ초ㅠ
9시간 47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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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강남역 근처에 있는 3층짜리 건물.
1층은 카페, 2층은 네일샵, 3층에만 조용히 빛나는 은색 간판 하나.
‘LUNA’.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밤 10시인데, 진짜 손님들은 10시 이후에 온다.
한재이는 정확히 10시 7분에 도착했다. 남편은 어제 새벽 인천공항을 떠나 시드니로 출장 갔다. 3주짜리. 재이는 그 사실을 확인한 순간, 카톡 하나만 던졌다.
오늘 10시 예약 가능할까요? 가능하면… 제일 늦은 시간으로요.
항상 열려 있어요, 재이님. 문 잠그지 않을게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익숙한 향이 코를 찔렀다. 라벤더와 샌달우드가 섞인, 시윤만 쓰는 디퓨저 향. 3층 문을 밀자 조명이 은은하게 내려앉아 있었다. 하루 영업을 끝낸 미용실 특유의 고요함, 그리고 아직 식지 않은 드라이어 열기.
시윤은 카운터 뒤에서 재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검은 셔츠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 올린 채. 팔뚝에 새겨진 얇은 흉터 하나가 조명에 반사된다. 과거 불꽃놀이 하다 생긴 거라고, 언젠가 한 번 말해준 적 있었다.
“오늘은 좀 피곤해 보여요.” 시윤이 먼저 말을 걸었다. 목소리가 낮고 느렸다. “그러게요… 남편이 떠난 날이라 그런지 더 그래요.” 재이는 웃으려 했지만 입꼬리가 살짝 떨렸다.
시윤은 말없이 재이의 코트를 받아 벽 걸이에 걸었다. 그 손길이 스칠 때마다 재이의 어깨가 작게 움츠러들었다.
“오늘은 뭐로 할까요?” “그냥… 길게 감겨주고, 끝만 조금 정리해 주세요. 머리 감기는 거… 진짜 좋아하거든요.”
시윤이 미소 지었다. “알죠. 그럼 VIP 룸으로 가요.”
VIP 룸은 미용실 맨 안쪽, 문 하나 더 있는 공간이었다. 블라인드 내리고, 조명은 따뜻한 주황빛 하나만 켜놓는다. 샴푸대는 검은 가죽으로 되어 있고, 목 받침이 유난히 깊게 파여 있었다.
재이는 가운으로 갈아입고 샴푸대에 누웠다. 목덜미가 받침에 닿는 순간, 익숙한 한기가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다. 시윤은 검은 라텍스 장갑을 끼고, 물 온도를 재며 물었다.
“뜨겁게 할까요?” “네… 좀 뜨겁게요.”
따뜻한 물줄기가 머리카락을 적시기 시작했다. 시윤의 손가락이 두피를 천천히 훑었다. 처음엔 전문적으로, 머리를 적시고 샴푸를 묻히고. 그러나 손끝이 귀 뒤를 스칠 때마다 재이는 숨을 살짝 멈췄다.
“여기 근육 많이 뭉쳤네요.” 시윤의 엄지손가락이 재이의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아…” 작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 두피를 문질렀다. 그러다 손가락이 목덜미로 내려왔다. 귀 뒤에서 쇄골로, 아주 천천히. 재이는 눈을 감았다. 가슴이 점점 빨리 뛰기 시작했다.
“목덜미에 거품 좀 남았어요.” 시윤의 목소리가 바로 위에서 들렸다. 따뜻한 숨결이 귀를 간질였다.
재이는 눈을 뜨지 못했다. 시윤이 손수건을 적셔 목덜미를 닦아주는 척했다. 하지만 손수건 대신 손가락 끝이 살을 스쳤다. 한 번, 두 번, 세 번. 살짝살짝, 그러나 확실하게.
“시윤 씨…” 재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불렀다. “네.” “그만… 해도 돼요.” “싫은데요.”
시윤의 손이 이번엔 가운 안으로 들어왔다. 가운 깃을 살짝 벌려, 쇄골 라인을 따라 내려갔다. 재이는 숨을 헉, 하고 들이마셨다. 브라 끈이 어깨에서 살짝 흘러내렸다.
“재이님.” 시윤이 재이의 귀에 입술을 거의 대고 속삭였다. “숨 참지 마세요. 여기선 아무도 안 봐요.”
재이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그 순간 시윤의 손이 가운 안으로 완전히 들어왔다. 가슴 위로, 브라 위로, 그러나 살짝 비켜서 젖꼭지를 스쳤다. “하아…” 재이의 허리가 살짝 들썩였다.
시윤은 샴푸대 옆으로 와 재이의 얼굴 바로 위에 섰다. 한 손은 여전히 가슴을 어루만지고, 다른 손은 재이의 머리카락을 천천히 빗어 넘겼다.
“다음엔… 남편분 출장 가실 때 오세요.” “네…” “그때는… 머리만 감겨드리지 않을게요.”
재이는 눈을 뜨지 못한 채 고개만 끄덕였다. 가슴이 터질 것처럼 뛰었다.
시윤은 마지막으로 재이의 목덜미에 입술을 살짝 대고 떨어졌다. 따뜻한 입술의 감촉이 그대로 남았다.
재이가 일어나 가운을 여며 카운터로 나왔을 때, 시윤은 이미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오늘은 서비스예요.” “왜요?” “다음에… 더 제대로 받고 싶어서.”
재이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만 숙였다. 미용실 문을 나서며, 목덜미에 남은 시윤의 입술 자국을 손으로 만졌다. 이미 뜨거웠다.
그날 밤, 집에 돌아온 재이는 남편 빈 침대에 누웠다. 가운을 벗지 않은 채, 시윤의 손끝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만졌다. 처음으로, 남편 아닌 사람을 생각하면서.
그리고 카톡 하나가 왔다.
다음 출장 일정 알려주세요. 밤새 기다릴게요.
재이는 떨리는 손으로 답했다.
재이 다음 주 수요일부터예요. 기다려 주세요… 제발로.
화면이 꺼지자, 재이는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이제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가슴 한쪽이 뜨겁게 녹아내리고 있었다.
한재이는 정확히 10시 7분에 도착했다. 남편은 어제 새벽 인천공항을 떠나 시드니로 출장 갔다. 3주짜리. 재이는 그 사실을 확인한 순간, 카톡 하나만 던졌다.
오늘 10시 예약 가능할까요? 가능하면… 제일 늦은 시간으로요.
항상 열려 있어요, 재이님. 문 잠그지 않을게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익숙한 향이 코를 찔렀다. 라벤더와 샌달우드가 섞인, 시윤만 쓰는 디퓨저 향. 3층 문을 밀자 조명이 은은하게 내려앉아 있었다. 하루 영업을 끝낸 미용실 특유의 고요함, 그리고 아직 식지 않은 드라이어 열기.
시윤은 카운터 뒤에서 재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검은 셔츠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 올린 채. 팔뚝에 새겨진 얇은 흉터 하나가 조명에 반사된다. 과거 불꽃놀이 하다 생긴 거라고, 언젠가 한 번 말해준 적 있었다.
“오늘은 좀 피곤해 보여요.” 시윤이 먼저 말을 걸었다. 목소리가 낮고 느렸다. “그러게요… 남편이 떠난 날이라 그런지 더 그래요.” 재이는 웃으려 했지만 입꼬리가 살짝 떨렸다.
시윤은 말없이 재이의 코트를 받아 벽 걸이에 걸었다. 그 손길이 스칠 때마다 재이의 어깨가 작게 움츠러들었다.
“오늘은 뭐로 할까요?” “그냥… 길게 감겨주고, 끝만 조금 정리해 주세요. 머리 감기는 거… 진짜 좋아하거든요.”
시윤이 미소 지었다. “알죠. 그럼 VIP 룸으로 가요.”
VIP 룸은 미용실 맨 안쪽, 문 하나 더 있는 공간이었다. 블라인드 내리고, 조명은 따뜻한 주황빛 하나만 켜놓는다. 샴푸대는 검은 가죽으로 되어 있고, 목 받침이 유난히 깊게 파여 있었다.
재이는 가운으로 갈아입고 샴푸대에 누웠다. 목덜미가 받침에 닿는 순간, 익숙한 한기가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다. 시윤은 검은 라텍스 장갑을 끼고, 물 온도를 재며 물었다.
“뜨겁게 할까요?” “네… 좀 뜨겁게요.”
따뜻한 물줄기가 머리카락을 적시기 시작했다. 시윤의 손가락이 두피를 천천히 훑었다. 처음엔 전문적으로, 머리를 적시고 샴푸를 묻히고. 그러나 손끝이 귀 뒤를 스칠 때마다 재이는 숨을 살짝 멈췄다.
“여기 근육 많이 뭉쳤네요.” 시윤의 엄지손가락이 재이의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아…” 작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 두피를 문질렀다. 그러다 손가락이 목덜미로 내려왔다. 귀 뒤에서 쇄골로, 아주 천천히. 재이는 눈을 감았다. 가슴이 점점 빨리 뛰기 시작했다.
“목덜미에 거품 좀 남았어요.” 시윤의 목소리가 바로 위에서 들렸다. 따뜻한 숨결이 귀를 간질였다.
재이는 눈을 뜨지 못했다. 시윤이 손수건을 적셔 목덜미를 닦아주는 척했다. 하지만 손수건 대신 손가락 끝이 살을 스쳤다. 한 번, 두 번, 세 번. 살짝살짝, 그러나 확실하게.
“시윤 씨…” 재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불렀다. “네.” “그만… 해도 돼요.” “싫은데요.”
시윤의 손이 이번엔 가운 안으로 들어왔다. 가운 깃을 살짝 벌려, 쇄골 라인을 따라 내려갔다. 재이는 숨을 헉, 하고 들이마셨다. 브라 끈이 어깨에서 살짝 흘러내렸다.
“재이님.” 시윤이 재이의 귀에 입술을 거의 대고 속삭였다. “숨 참지 마세요. 여기선 아무도 안 봐요.”
재이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그 순간 시윤의 손이 가운 안으로 완전히 들어왔다. 가슴 위로, 브라 위로, 그러나 살짝 비켜서 젖꼭지를 스쳤다. “하아…” 재이의 허리가 살짝 들썩였다.
시윤은 샴푸대 옆으로 와 재이의 얼굴 바로 위에 섰다. 한 손은 여전히 가슴을 어루만지고, 다른 손은 재이의 머리카락을 천천히 빗어 넘겼다.
“다음엔… 남편분 출장 가실 때 오세요.” “네…” “그때는… 머리만 감겨드리지 않을게요.”
재이는 눈을 뜨지 못한 채 고개만 끄덕였다. 가슴이 터질 것처럼 뛰었다.
시윤은 마지막으로 재이의 목덜미에 입술을 살짝 대고 떨어졌다. 따뜻한 입술의 감촉이 그대로 남았다.
재이가 일어나 가운을 여며 카운터로 나왔을 때, 시윤은 이미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오늘은 서비스예요.” “왜요?” “다음에… 더 제대로 받고 싶어서.”
재이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만 숙였다. 미용실 문을 나서며, 목덜미에 남은 시윤의 입술 자국을 손으로 만졌다. 이미 뜨거웠다.
그날 밤, 집에 돌아온 재이는 남편 빈 침대에 누웠다. 가운을 벗지 않은 채, 시윤의 손끝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만졌다. 처음으로, 남편 아닌 사람을 생각하면서.
그리고 카톡 하나가 왔다.
다음 출장 일정 알려주세요. 밤새 기다릴게요.
재이는 떨리는 손으로 답했다.
재이 다음 주 수요일부터예요. 기다려 주세요… 제발로.
화면이 꺼지자, 재이는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이제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가슴 한쪽이 뜨겁게 녹아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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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빗자루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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