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의 스침2 > .ssul

심야의 수영장은 물의 속삭임으로 가득 차 있었다.
4주차 레슨, 시간은 11시를 넘겼다.
수영장 전체가 거의 비어, 풀의 가장자리에 희미한 불빛만이 물 표면을 따라 미끄러졌다.
민서는 물속으로 들어서며 태준을 봤다.
그의 실루엣이 풀의 파란 빛에 물들어, 어깨의 선이 물결처럼 일렁였다.
태준도 그녀를 봤다.
민서의 머리카락이 물에 젖어 목덜미에 달라붙은 모습, 그 안에서 피어나는 고요한 결의.
그 시선이 교차하는 순간, 물의 저항이 둘 사이를 메웠다.
아직 말하지 않은, 그러나 이미 흘러가는 무언가.
“오늘은 다이빙부터.
물속 균형을 느껴보세요.”
태준의 목소리가 물소리에 섞여 퍼졌다.
민서는 발판에 서서 몸을 숙였다.
다이빙은 그녀에게 여전히 낯선 도약이었다.
직장의 무게 – 끝없는 이메일과 회의의 압박 – 가 물 위에 떠 있는 듯, 몸이 무거웠다.
그녀는 태준을 봤다.
풀 가장자리에 서 있는 그의 눈, 그 안에 담긴 고요한 기다림.
태준은 그녀의 시선을 받았다.
민서의 눈동자에 비친 풀의 파문, 그 안에서 떨리는 그녀의 결심.
그 시선이 그녀를 지탱하는 듯했다.
민서는 도약했다.
몸이 물을 가르며 내려앉았고, 물의 저항이 그녀를 삼켰다.
태준이 즉시 움직였다.
물속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가 그녀를 안아 올렸다.
그의 팔이 민서의 허리를 감쌌다.
물의 저항 속에서 몸이 밀착됐다.
허리의 곡선이 그의 팔에 안기고, 허벅지가 그의 다리에 스쳤다.
민서는 그 순간 태준의 눈을 봤다.
물속 시야가 흐려졌지만, 그의 동공은 선명했다.
그 안에서 그녀의 윤곽이 반사됐다 – 물에 젖은 어깨, 살짝 벌어진 입술.
태준의 심장이 그녀의 가슴에 전해졌다.
쿵쾅, 물결처럼.
민서는 그 박동을 느꼈다.
자신의 심장과 공명하는, 그 리듬.
‘이 사람이… 나를 보는 눈빛이, 물처럼 맑아.’
그 생각이 그녀의 내면을 스쳤다.
태준은 그녀를 끌어올리며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민서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 – 물방울이 맺힌 이마, 긴장된 턱선 – 을 봤다.
그 시선 속에 담긴 그녀의 신뢰, 그게 그의 트라우마를 살짝 흔들었다.
과거의 물결 – 제자를 잃은 그날의 파문 – 이 아직도 그의 가슴을 누르고 있었지만, 민서의 눈빛은 그 위에 새로운 층을 만들었다.
부드럽게, 그러나 확실하게.
물 위로 올라오자, 파문이 풀을 따라 퍼졌다.
민서의 숨이 가빠왔다.
태준의 팔이 여전히 그녀의 허리를 지탱하고 있었다.
“괜찮아요?
다이빙은… 몸을 맡기는 거예요.”
태준의 목소리가 물에 젖어 낮아졌다.
민서는 그의 눈을 마주쳤다.
그 시선이 그녀의 내면을 훑었다.
직장의 피로, 이별의 상처 – 연인이 떠난 후의 빈자리 – 가 물처럼 스며들던 그 밤들.
태준의 눈은 그걸 읽는 듯했다.
아니, 읽으려 했다.
민서는 그 시선에 마음이 열리는 걸 느꼈다.
‘이 사람 눈빛에… 나의 그림자가 비치네.’
그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물속에선… 모든 게 가벼워요.
하지만 밖에서야, 무거워지죠.”
태준의 시선이 풀을 스쳤다.
그리고 다시 그녀로 돌아왔다.
민서의 눈에 비친 물의 반사, 그 안에서 그녀의 고독이 일렁였다.
태준은 그걸 봤다.
자신의 내면과 닮은, 물 아래 숨겨진 파문.
그는 과거를 떠올렸다.
제자를 잃은 그날, 물이 모든 걸 삼켰던 순간.
그 후로 그는 사람을 멀리했다.
하지만 민서의 눈빛은 그 벽을 스쳤다.
부드럽게, 물결처럼.
“물은 상처를 씻어주지만… 누군가와 함께라면, 더 깊이 스며들어요.”
그 말에 민서의 시선이 깊어졌다.
태준의 눈동자에 자신의 모습이 더 선명하게 비쳤다.
그 안에서 그녀는 봤다.
고독한 강사의 윤곽, 그러나 그 아래 숨겨진 따뜻함.
태준도 그녀의 시선 속에서 자신을 봤다.
민서의 눈에 비친 그의 어깨, 물에 젖은 그 선이 더 단단해 보였다.
둘의 시선이 물 위에서 포개졌다.
파문이 그 교차를 따라 일렁였다.
민서의 내면에서 무언가가 녹아내리는 듯했다.
태준의 트라우마가 살짝 풀리는 듯했다.
그 시선 교환이, 물의 저항을 넘어 정신을 스쳤다.
레슨이 끝난 후, 그들은 풀사이드에 앉아 물을 봤다.
비가 그친 창밖, 거리의 불빛이 풀에 스며들었다.
민서가 물을 손으로 떠서 장난스럽게 튀겼다.
물방울이 태준의 어깨에 떨어졌다.
그는 웃었다.
드문 미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눈가에 주름이 지는 그 미소.
민서는 그걸 봤다.
태준의 눈에 비친 물방울, 그 안에서 그녀의 장난기가 반사됐다.
‘이 미소… 물처럼 맑아.’
태준은 그녀의 시선을 받았다.
민서의 눈에 비친 자신의 미소, 그게 그의 가슴을 채웠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물결 같은 가벼움.
“민서 씨… 당신 눈빛, 물처럼 자유로워요.”
민서의 시선이 그의 눈을 마주쳤다.
그 시선 끝에, 파문이 일렁였다.
태준의 내면에서 무언가가 스며들었다.
민서의 고독이 그의 트라우마와 맞물렸다.
둘의 정신이, 물속처럼 얽혔다.
태준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다음 레슨… 물 아래로 더 들어가요.”
민서의 시선이 풀을 스쳤다.
파문이 여전히 남아, 그들의 내면을 일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