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의 스침
ㅎㅍㄹ초ㅠ
21시간 2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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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끝자락, 실내 수영장의 공기가 습기를 머금고 있었다.
민서는 문을 밀며 안으로 들어섰다.
28살, 마케팅 회사에서 하루 종일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삶.
키보드 타격 소리와 회의실의 에어컨 바람이 그녀의 피로를 쌓아두었다.
수영은 우연이었다.
동료의 추천으로 시작한 취미, 물속에서 몸이 가벼워지는 그 순간이 유일한 탈출구.
심야 강습 시간, 10시 반.
풀은 이미 조용했고, 수면에 희미한 불빛이 반사되었다.
민서는 가방을 로커에 넣고 수영복 차림으로 풀사이드에 섰다.
물의 냉기가 발목을 스쳤다.
태준이 풀 가장자리에 서 있었다. 32살, 검은 수영복 차림의 몸은 단단하게 다듬어져 있었다. 과거 수영 사고 – 제자를 잃은 그날의 물결 – 가 그의 어깨를 무겁게 눌렀다. 강사로서 그는 기술을 가르쳤지만, 사람의 눈빛은 피했다. 물은 믿을 수 있지만, 사람은 달랐다. 민서가 다가오자 그는 고개를 들었다. 그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을 스쳤다. 짧게, 그러나 정확하게. 민서는 그 시선에 멈칫했다. 태준의 눈은 회색빛 풀처럼 고요했다. 물 표면처럼, 깊이를 가늠할 수 없게.
“이민서 씨? 첫 레슨이네요. 부력부터 시작할게요.”
태준의 목소리는 물소리처럼 낮고 고르게 흘렀다. 민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속으로 들어갔다. 찬물이 무릎, 허리, 가슴을 타고 올라왔다. 태준이 그녀의 옆으로 들어섰다. 물의 저항이 둘의 움직임을 늦췄다. “허리 펴고, 어깨 이완하세요. 물에 몸을 맡겨보세요.”
그가 손을 뻗었다. 민서의 허리 아래쪽을 받치듯. 손바닥이 물속에서 그녀의 피부를 스쳤다. 부드럽게, 그러나 단단한 지지력으로. 민서는 몸을 곧게 펴기 위해 시도를 했다. 그 순간 태준의 시선이 그녀의 눈을 마주쳤다. 물속 불빛에 반사된 그의 눈동자, 검은 동공이 살짝 커졌다. 민서는 그 안에서 무언가를 봤다. 고요한 호수 바닥처럼, 숨겨진 깊이. 그 시선이 그녀의 떨림을 읽는 듯했다. 공포가 아니라, 물에 대한 낯섦. 태준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눈을 따라 물 표면을 봤다. 파문이 일렁였다. “좋아요. 그대로 유지하세요.”
민서는 그 시선의 무게를 느꼈다. 태준의 눈은 그녀의 얼굴을 훑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움직임을 따라 풀을 봤다. 그 시선 끝에 담긴 건 지시가 아니라, 공유였다. ‘함께 물을 느끼는’ 듯한. 민서의 가슴이 살짝 빨라졌다. 태준의 손이 허리를 따라 올라가 어깨를 바로잡았다. 시선이 다시 마주쳤다. 이번엔 더 길게. 민서는 그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 – 물에 젖은 머리카락, 살짝 벌어진 입술 – 을 봤다. 태준의 동공이 그 반사를 삼켰다. 그 순간, 그의 손끝이 그녀의 어깨뼈를 스쳤다. 물의 저항 속에서 그 스침이 선명했다.
레슨이 끝난 후, 민서는 풀사이드에 앉아 물기를 털었다. 태준이 타월을 건넸다. “첫날치곤 잘하셨어요. 다음엔 자유형으로.”
그의 시선이 타월을 따라 그녀의 손으로 내려갔다. 민서는 그 시선을 따라 자신의 손을 봤다. 아직 그의 손자국이 남아 있는 듯, 피부가 따뜻했다. 샤워실 앞 복도에서 그들은 우연히 마주쳤다. 비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민서가 먼저 입을 열었다. “물속에선… 모든 게 가벼워지네요. 밖에서는 안 되는데.”
태준의 시선이 그녀의 눈을 마주쳤다. 이번엔 물의 장벽 없이. 그 눈에 비친 민서의 얼굴, 피로가 스며든 그 윤곽. 그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수영은 혼자서도 강해지게 해줘요.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라면 더.”
그 말에 민서의 시선이 그의 얼굴을 훑었다. 태준의 턱선, 물방울이 맺힌 목덜미. 그 시선이 그의 눈으로 돌아왔다. 둘의 시선이 포개졌다. 짧게, 그러나 그 안에 물결처럼 무언가가 일렁였다. 태준의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 민서는 그 안에서 봤다. 고독한 수면 아래, 숨겨진 파문. 태준도 그녀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 – 단단한 어깨, 그러나 피로한 눈가 – 을 봤다. 그 시선 교환이, 레슨의 연장선처럼 느껴졌다.
2주가 흘렀다. 레슨은 매주 목요일 심야로 고정됐다. 민서는 풀에 들어서며 태준을 봤다. 그의 시선이 이미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물속에서 자유형을 시작했다. 태준이 뒤에서 팔을 잡았다. “팔을 이렇게 뻗고, 몸을 회전하세요.”
그의 손이 민서의 팔꿈치를 따라 움직였다. 물의 저항 속에서 가슴이 살짝 닿을 듯했다. 민서는 그 순간 시선을 돌려 태준을 봤다. 물속 시야가 흐려졌지만, 그의 눈이 선명했다. 태준의 시선도 그녀를 따라 풀 아래를 봤다. 파문이 둘의 움직임을 따라 일렁였다. 그 파문 속에서 민서의 심장이 빨라지는 게 느껴졌다. 태준의 손이 그녀의 팔을 놓고, 허리를 받쳤다. 시선이 물 위로 올라왔다. 마주쳤다. 이번엔 더 깊게. 민서는 그의 눈에 비친 물방울 – 그녀의 머리카락에 맺힌 – 을 봤다. 태준은 그녀의 눈에 비친 자신의 손 – 그녀의 피부를 지탱하는 – 을 봤다. 그 시선이 물결처럼 스며들었다.
레슨 후, 풀사이드에 앉아 물을 보며 그들은 대화를 나눴다. 비가 그친 창밖, 거리의 불빛이 풀에 반사되었다. 민서가 먼저 물었다. “태준 씨는… 왜 강사 하세요? 물속에서 그렇게 자유로우신데.”
태준의 시선이 풀을 따라 물결을 봤다. 그 시선이 민서의 눈으로 돌아왔다. “물은… 잊게 해줘요. 상처를.”
그 말에 민서의 시선이 그의 얼굴을 따라 내려갔다. 턱의 긴장된 선, 눈가의 미세한 주름. 태준도 그녀의 시선을 따라 그녀의 손을 봤다. 물에 젖은 손가락, 살짝 떨리는 끝. 그 시선이 다시 마주쳤다. 민서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저도… 물속에선 자유로워요. 하지만 밖에서야 진짜 강해지고 싶어요.”
태준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그 안에 담긴 민서의 모습 – 물에 젖은 어깨, 그러나 단단한 눈빛 – 이 스며들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음엔 더 늦은 시간으로 할까요?”
민서의 시선이 그의 눈을 마주쳤다. 그 시선 끝에, 물결처럼 무언가가 일렁였다. “네… 더 깊이 들어가고 싶어요.”
태준의 시선이 풀을 스쳤다. 파문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태준이 풀 가장자리에 서 있었다. 32살, 검은 수영복 차림의 몸은 단단하게 다듬어져 있었다. 과거 수영 사고 – 제자를 잃은 그날의 물결 – 가 그의 어깨를 무겁게 눌렀다. 강사로서 그는 기술을 가르쳤지만, 사람의 눈빛은 피했다. 물은 믿을 수 있지만, 사람은 달랐다. 민서가 다가오자 그는 고개를 들었다. 그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을 스쳤다. 짧게, 그러나 정확하게. 민서는 그 시선에 멈칫했다. 태준의 눈은 회색빛 풀처럼 고요했다. 물 표면처럼, 깊이를 가늠할 수 없게.
“이민서 씨? 첫 레슨이네요. 부력부터 시작할게요.”
태준의 목소리는 물소리처럼 낮고 고르게 흘렀다. 민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속으로 들어갔다. 찬물이 무릎, 허리, 가슴을 타고 올라왔다. 태준이 그녀의 옆으로 들어섰다. 물의 저항이 둘의 움직임을 늦췄다. “허리 펴고, 어깨 이완하세요. 물에 몸을 맡겨보세요.”
그가 손을 뻗었다. 민서의 허리 아래쪽을 받치듯. 손바닥이 물속에서 그녀의 피부를 스쳤다. 부드럽게, 그러나 단단한 지지력으로. 민서는 몸을 곧게 펴기 위해 시도를 했다. 그 순간 태준의 시선이 그녀의 눈을 마주쳤다. 물속 불빛에 반사된 그의 눈동자, 검은 동공이 살짝 커졌다. 민서는 그 안에서 무언가를 봤다. 고요한 호수 바닥처럼, 숨겨진 깊이. 그 시선이 그녀의 떨림을 읽는 듯했다. 공포가 아니라, 물에 대한 낯섦. 태준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눈을 따라 물 표면을 봤다. 파문이 일렁였다. “좋아요. 그대로 유지하세요.”
민서는 그 시선의 무게를 느꼈다. 태준의 눈은 그녀의 얼굴을 훑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움직임을 따라 풀을 봤다. 그 시선 끝에 담긴 건 지시가 아니라, 공유였다. ‘함께 물을 느끼는’ 듯한. 민서의 가슴이 살짝 빨라졌다. 태준의 손이 허리를 따라 올라가 어깨를 바로잡았다. 시선이 다시 마주쳤다. 이번엔 더 길게. 민서는 그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 – 물에 젖은 머리카락, 살짝 벌어진 입술 – 을 봤다. 태준의 동공이 그 반사를 삼켰다. 그 순간, 그의 손끝이 그녀의 어깨뼈를 스쳤다. 물의 저항 속에서 그 스침이 선명했다.
레슨이 끝난 후, 민서는 풀사이드에 앉아 물기를 털었다. 태준이 타월을 건넸다. “첫날치곤 잘하셨어요. 다음엔 자유형으로.”
그의 시선이 타월을 따라 그녀의 손으로 내려갔다. 민서는 그 시선을 따라 자신의 손을 봤다. 아직 그의 손자국이 남아 있는 듯, 피부가 따뜻했다. 샤워실 앞 복도에서 그들은 우연히 마주쳤다. 비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민서가 먼저 입을 열었다. “물속에선… 모든 게 가벼워지네요. 밖에서는 안 되는데.”
태준의 시선이 그녀의 눈을 마주쳤다. 이번엔 물의 장벽 없이. 그 눈에 비친 민서의 얼굴, 피로가 스며든 그 윤곽. 그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수영은 혼자서도 강해지게 해줘요.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라면 더.”
그 말에 민서의 시선이 그의 얼굴을 훑었다. 태준의 턱선, 물방울이 맺힌 목덜미. 그 시선이 그의 눈으로 돌아왔다. 둘의 시선이 포개졌다. 짧게, 그러나 그 안에 물결처럼 무언가가 일렁였다. 태준의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 민서는 그 안에서 봤다. 고독한 수면 아래, 숨겨진 파문. 태준도 그녀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 – 단단한 어깨, 그러나 피로한 눈가 – 을 봤다. 그 시선 교환이, 레슨의 연장선처럼 느껴졌다.
2주가 흘렀다. 레슨은 매주 목요일 심야로 고정됐다. 민서는 풀에 들어서며 태준을 봤다. 그의 시선이 이미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물속에서 자유형을 시작했다. 태준이 뒤에서 팔을 잡았다. “팔을 이렇게 뻗고, 몸을 회전하세요.”
그의 손이 민서의 팔꿈치를 따라 움직였다. 물의 저항 속에서 가슴이 살짝 닿을 듯했다. 민서는 그 순간 시선을 돌려 태준을 봤다. 물속 시야가 흐려졌지만, 그의 눈이 선명했다. 태준의 시선도 그녀를 따라 풀 아래를 봤다. 파문이 둘의 움직임을 따라 일렁였다. 그 파문 속에서 민서의 심장이 빨라지는 게 느껴졌다. 태준의 손이 그녀의 팔을 놓고, 허리를 받쳤다. 시선이 물 위로 올라왔다. 마주쳤다. 이번엔 더 깊게. 민서는 그의 눈에 비친 물방울 – 그녀의 머리카락에 맺힌 – 을 봤다. 태준은 그녀의 눈에 비친 자신의 손 – 그녀의 피부를 지탱하는 – 을 봤다. 그 시선이 물결처럼 스며들었다.
레슨 후, 풀사이드에 앉아 물을 보며 그들은 대화를 나눴다. 비가 그친 창밖, 거리의 불빛이 풀에 반사되었다. 민서가 먼저 물었다. “태준 씨는… 왜 강사 하세요? 물속에서 그렇게 자유로우신데.”
태준의 시선이 풀을 따라 물결을 봤다. 그 시선이 민서의 눈으로 돌아왔다. “물은… 잊게 해줘요. 상처를.”
그 말에 민서의 시선이 그의 얼굴을 따라 내려갔다. 턱의 긴장된 선, 눈가의 미세한 주름. 태준도 그녀의 시선을 따라 그녀의 손을 봤다. 물에 젖은 손가락, 살짝 떨리는 끝. 그 시선이 다시 마주쳤다. 민서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저도… 물속에선 자유로워요. 하지만 밖에서야 진짜 강해지고 싶어요.”
태준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그 안에 담긴 민서의 모습 – 물에 젖은 어깨, 그러나 단단한 눈빛 – 이 스며들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음엔 더 늦은 시간으로 할까요?”
민서의 시선이 그의 눈을 마주쳤다. 그 시선 끝에, 물결처럼 무언가가 일렁였다. “네… 더 깊이 들어가고 싶어요.”
태준의 시선이 풀을 스쳤다. 파문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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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1
뉴기니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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